-직원들 위한 대량 구매 방법 전무해 난감한 상황
-공적물량만 믿고 기다릴 수 없어 대책 요구

“공적마스크 물량 늘리면 뭐합니까? 기업은 한 장도 없어요.”

정부가 마스크 매점매석 단속에서부터 생산물량의 절반 이상을 공적물량으로 지정하는 등 마스크 대란을 막기 위해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루 수백장에서부터 수천장씩 마스크를 직원들에게 나눠줘야 할 기업들이 마스크를 구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섬유공장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직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마스크를 구입해서 출근하라고 할 수도 없는 마당에 매일매일 현장에서 일하는 200~300명의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어떻게 구해다 줄 수 있겠느냐”며 “가격에 대한 부분 보다 물량이 없으니 구입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이 업체는 1월 말 코로나19의 확산 조짐에 맞춰 직원들에게 배부하기 위해 마스크를 계속적으로 구매해왔지만 지금은 구매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중견기업에서도 마스크 구입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성서공단의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소모품으로 방진마스크 등을 납품해오던 업체가 정부의 마스크 통제로 인해서 마스크 생산 공장에서 기존 양만큼 마스크를 납품받지 못해 한동안 공급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왔다”며 “당장 마스크를 구하러 직원들이 전국을 돌아다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지난달 마스크 해외 수출물량을 규제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중국 수출길이 막힌 도매업자들을 찾아 급하게 구입해 공장에 사용을 해왔지만 이마저도 이제는 못하고 있다. 일반적인 마스크의 거래에 대해서도 정부가 단속을 하자 마스크 도매업체들이 하루에 판매하는 물량을 최소화해버려서다. 시중에서 1천장 씩 대량 구매는 아예 불가능해졌다. 

가장 마스크가 급한 건설현장과 면대면 접촉이 잦은 은행, 배달원과 유통매장 등은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한 분양대행사는 “모델하우스 오픈 기간 동안 수십명의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나눠 주려면 최소 1천장 이상이 필요한데 매일매일 소량으로라도 구할 방법이 없다”며 “직원들에게 알아서 구하라고 비용을 준다고 하더라도 누가 구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직장인들도 정부의 마스크 통제로 고통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정부가 공적물량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일반 직장 근무자들이 서너 시간 동안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입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직장인은 “정부가 말하는 마스크를 구하려면 하루 연차를 쓰고 아침부터 우체국에서 줄을 섰다가 하나로마트로 가서 또 줄을 서고, 약국을 돌아다니며 마스크를 구입해야 10여개 남짓이다”며 “이 양으로 가족과 나누면 회사에서 고작 일주일도 못버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3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제안한 마스크 최고가격 제한이 차라리 현실성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고가격 제한으로 불필요한 사재기를 막고 재고들이 시중에 풀리도록 유도해 기업들에게 필요한 양만큼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한 업체는 “바로 옆의 공장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직원들이 마스크도 없이 일을 하고 싶겠느냐”며 “직원들이 들고 일어나면 우리도 공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기업이 마스크를 매일매일 직원들에게 나눠줄 수만 있게되면 그나마 공적물량이 일반 시민들에게 갈 기회가 늘어나고, 불필요한 외출을 막는 길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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