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국외여행 규칙을 따르지 않아도 돼 '계획서'와 '보고서' 제출 필요 없어...외부적 공개 안하면 무엇을 했는지 알지도 못해

이재호 칠곡군의회 의장

 

칠곡군의회의 변칙적인 ‘꼼수 해외연수’의 아이디어는 이재호 의장에게서부터 나왔다. 이 의장이 다른 지역 의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배워왔다는 것. 


이 같은 변칙적인 방식에 대해서 이 의장을 비롯해 군의원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는다. 이번 사태의 경우 여러 언론을 통해서 그 실태와 추진 배경이 드러나고 있지만 통상적으로 지역 소속 기관단체가 요청하는 방법으로 진행되는 만큼 의회가 공식적인 일정으로 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4월 3~7일 태국을 방문했던 이번 일정의 경우 역시 군의회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일정을 찾을 수 없다.
또 다른 점은 의원들이 꺼려하는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공무국외여행의 경우 그 규칙에 따라 참가 의원은 귀국 후 30일 이내에 공무국외여행보고서를 작성해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의장은 이 보고서를 자료실에 소장·비치하고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 열람이 용이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하지만 기관단체가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동행 방식의 해외연수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는 게 의회사무국 측의 해석이다.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기 때문에 해외연수 전에 받는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도 열리지 않는다. 이번 ‘꼼수 해외연수’에서도 심사위원회는 없었다. 의회사무국 측은 “통상 집행부의 요청으로 국외로 나가는 경우에는 심사위원회를 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여행계획서나 공무국외여행보고서 등도 제출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여유로운 일정’이 꼼수 해외연수가 가지는 이점이다. 공무국외여행의 경우 여행전 심사위원회에 여행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더구나 ‘칠곡군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칙’에 따르면 심사위원회의 심사시 “여행인원이 2인 이상일 경우에는 개인별 임무를 부여하는 등 경제성 있고 조직적인 국외여행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2명 이상의 의원이 각자가 업무의 연장선으로 해외연수를 간다는 것은 가이드와 통역의 도움 없이 쉽지 않다. 


보고서와 함께 여행계획서도 홈페이지에 공개되기 때문에 느슨한 일정으로 계획서를 작성할 경우 주민들로부터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예천군의회의 사태에서도 보듯 주민과 시민단체가 의원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동행 방식의 해외연수는 의원이 주축이 아닌 기관과 단체 소속의 참가자들 위주의 일정이다. 이번 태국의 경우 해외 봉사활동이 주된 목적이었지만 3일의 일정 중 봉사활동은 총 5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점심 이후부터는 왕궁과 사원, 수상가옥 등을 오가는 관광일정이었던 것. 


앞으로 기관단체에 포상적 성격의 해외연수가 주어질 경우 군의원들은 사전심사도 받을 필요 없고, 보고서를 쓸 필요도 없이 느슨한 일정을 소화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 같은 이점 때문에 이재호 의장이 자신만만하게 의원들에게 제안을 하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했을 것이다. 밖으로 알려지지만 않으면 너무나 편하게 해외를 갔다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며 “더구나 이번 입장표명을 통해서 기관단체에게 공개적으로 동행을 요청하라고 부추겼으니 주민들이 제대로 의장과 의원에게 현 사태의 심각성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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