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출발, 8박 10일 일정계획...출발 전날 28일 홈페이지에 게재..현지인 "관광상품과 같은 일정"

‘이번에는 깜짝 출장’

지난해 ‘꼼수 해외출장’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칠곡군의회가 29일 호주와 뉴질랜드 등으로 총 8박 10일의 장기간 해외출장을 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출발 전날에서야 부랴부랴 출장계획서를 의회홈페이지에 게재해 ‘깜짝 출장’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칠곡군의회 등에 따르면 이재호 의장 및 한향숙 부의장 등 총 8명의 군의회 의원과 의회사무국 직원 4명, 군청 직원 3명 등 15명이 29일 호주 시드니로 출장을 간다. 의회 측은 이번 출장의 목적을 ‘선진 행정복지·산업건설 정책 벤치마킹’이라고 밝혔다. 

시드니의 경우 ▶호주한인복지회 ▶블랙타운 시티의회 ▶그리마채소농장 ▶블루마운틴 ▶올림픽파크생태공원 ▶시드니재래시장 ▶달링하버 등 총 7곳을 3일 동안 방문한다. 

뉴질랜드는 ▶마운트쿡 국립공원 ▶밀포드 사운드 ▶오클랜드 마누카꿀 ▶로토루아 지역특화 체험마을 ▶오클랜드 유기농 양봉농장 ▶오클랜드 노인복지 시설 등 6곳을 5일간 둘러보기로 돼 있다. 

15명의 출장에는 총 6천100만원의 경비가 지출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1인당 400여만원에 달하는 경비에서 칠곡군은 군청 직원 3명의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의 경우 8명에게 3천150만원의 의회 예산이 집행됐다. 의원의 자부담은 총 103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1인당 약 13만원 정도만 부담하는 셈이다. 의회사무국 직원 4명의 소요경비는 1천626만여원으로 1천550만원을 지원하며 71만원을 자부담해 1인당 약 18만원 정도를 부담하게 된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출장경비는 둘째 치더라도 이번에는 ‘깜깜이 출장’이 도마에 올랐다. 당장 29일 출국 일정인 해외 출장에 대해서 군의회는 전날인 28일 오전에 의회홈페이지에 올렸다. 군민들에게 제대로 알릴 시간도 마련하지 않은 것. 특히 공무 국외출장을 위해서 심사를 해야 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지난달 18일 회의를 했지만 회의록도 한달 넘게 지난 이날 함께 게재했다. 회의록 내용 역시 주요한 대화 내용은 없이 간략하게 정리만 돼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박찬식 의회사무국장은 “출장계획서와 회의록을 바로 게재했어야 했는데 담당자가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로 보인다”고 답변했다.

이를 두고 칠곡군민들은 어의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 주민은 “지난해 그렇게 군민들로부터 욕을 먹고 사과까지 했던 군의회가 반성도 없이 또 ‘깜깜이 출장’을 생각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며 “이들의 외유성 출장에 세금을 쓴다는 사실이 너무 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이번 출장 역시 단순 ‘외유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블루마운틴은 그랜드캐년 다음으로 유명한 협곡 관광지이다”며 “모든 일정의 지역은 현지 관광지역일 뿐 어떤 것도 벤치마킹 할 수 있는 분야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호주 시드니는 내륙도시가 아닌 해안도시로 내륙에 낙동강을 끼고 있는 칠곡군과 자연 입지적인 환경부터가 달라 관광상품을 벤치마킹 할 수 없다. 인위적인 콘텐츠나 프로그램의 기획을 통해서 관광자원화된 곳이 아닌 세계적인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관광지를 가봤자 그 유물을 가지고 오지 않는 이상 관광자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드니와 퀸즈타운, 오클랜드 등을 다녀왔던 이모 씨는 칠곡군의회 일정을 본 뒤 “밀포드사운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호수 중 하나로 선상에서 해물파티를 하고 유람선을 타는 코스가 있다. 칠곡군에 그런 호수가 있느냐”며 “마운트쿡은 전통적인 트래킹 코스로 히말라야나 에베르스트산 등반 전 체력을 키우는 훈련 장소로 유명하다. 만년설이 있는 산인데 칠곡군에 눈이 덮인 산은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시드니 현지에서 관광가이드를 하는 A 씨도 일정에 대해 “전형적으로 한국 관광객이 둘러보는 코스다”며 “시드니 재래시장은 현지에서는 ‘후진국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들리는 곳이다”고 말했다. 이어 “뉴질랜드의 경우 여행사의 관광일정과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칠곡군의 일정에 있는 ‘호주한인 복지회’와 ‘그리마 채소농장’의 경우 지난 2016년 경북 청도군의회가 방문했던 곳이다. 이 때문에 그저 짜맞추기식 출장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관광일정 등에 대해 칠곡군의회는 뚜렷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찬식 사무국장은 “일정을 담당한 직원이 외부와 조율해서 마련한 것”이라며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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